음악 프로 보다가 딸에게 무안 당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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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가 들려온다
나의 온 몸에서 들려온다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소리
절대 들어서는 안될 소리
너의 입에서 곧 쏟아지려 하는 그 소리

그 입술을 막아본다 말 하지마 하지마
니 말을 막고 귀를 막아봐도
예감도 직감도 다 아는 니 그 소리

아니기를 바라는 맘
자꾸 짧아졌던 너의 통화
여기 저기 듣고 싶지 않은
거짓말 같은 안 좋은 소문
나를 네 멋대로 떠나려고 하는 그 소리


알면서도 빌어본다 떠나지마 가지마
듣고야 마는 헤어지잔 소리
입술을 막아도 이별이 또 온다

Don't say don't go away
Your love is dead, there's no way
Don't say don't go away

무서워 나 웃어본다 억지로
너의 입에서 내가 아는 말이
나올까 입도 못 떼고 가슴앓이
말 안해도 다 아는데 어찌하리
너의 입에서 내가 아는 말이

예감도 직감도 다 아는데 oh no
아는데도 싫은걸 어떡해 yeah
그 입술을 막으면 못 이긴 척 져줄래
끝까지 널 잡으면 다시 날 안아줄래

그 입술을 막아본다 알면서도 빌어본다
그 입술을 막아본다 그 입술을 막아본다

딸과 함께 음악 프로를 보던 어느 날.
에이트의 '그 입술을 막아본다'가 나왔습니다.
그 애절함과 절절함에 절로 두 손이 모이는 가사에 흠뻑 빠져서 딸에게 말했습니다.
"가사가 정말 슬프지 않니? 어쩜 저렇게 잘 표현을 했을까? 눈물이 다 나려고 그런다."
그때 나의 표정은 만화에 나오는 소녀(?)가 커다란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담고 가늘고 긴 두 손을 마주 잡으며 감동에 젖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곱디고운 상상을 달걀 떨어뜨려 깨뜨리듯이 한 번에 깨뜨린 딸의 한 마디.
"엄만 저런 느낌 모르지 않나? 어떻게 알 수가 있지?"
빠지직~ 나의 감성이 깨지는 소리. ㅜ
나쁜 지지배. 
어떻게 엄마의 과거를 이런 식으로 이용해 먹는 담.

나의 과거를 너무 쉽게, 있는 그대로 고백한 게 잘 못인가 봅니다.
한 날, 딸은 아빠와 어떻게 결혼을 했느냐고 묻더군요.
일생에 처음 남자로 만난 남자가 아빠였고 쭉 아빠만 만나다가, 결혼도 엄마가 먼저 하자고 했다고 얘기했지요.
그럼 아빠가 첫 사랑이냐고, 다른 남자는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느냐고 놀라더군요. 

이런 엄마의 과거를 알고 있던 딸이기에, 첫 남자와 결혼을 한 엄마가 어떻게 가슴 아픈 이별 노래를 이해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어머, 얘 좀 봐. 아무리 첫사랑과 결혼을 했다고 해도 그 과정에 싸우고 헤어지고 가슴 아프고 다시 만나는 줄거리가 없겠니? 인생이 그렇게 술술 풀리는 거 아니다, 너."
나도 싸우고 난 후 전화기 앞에서 서성거려도 봤고, 편지지에 눈물 떨어뜨리며 편지도 써봤고, 음악 들으며 잠 못 든 한 밤도 숱한 데 말이지요.
세상에 쉬운 사랑이 어디 있겠어요. 이성간의 사랑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하물며 기르는 동물과의 사랑에도 아픔과 굴곡이 있는게 이치인데요.

아~ 그렇지만 이 무안하고 뻘쭘하고 어색한 기분은 뭘까요?
일생에 첫 남자와 결혼하게 죄는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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