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 보다 더 짜릿했던 남편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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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 지 얼마나 됐냐고 누군가 물으면 잠시 큰딸의 나이와 결혼한 연도를 따져 봐야 할 만큼 햇수가 흘렀어요.
손가락으로 헤아리는 것도 모자라 열 손가락하고도 발가락 7개가 필요합니다. ^^

연애 기간 7년까지 합하면 20년을 넘게 한 사람만 보고 살고 있습니다.
(내가 그런 건 확실한데 남편.....도 그렇겠지요? ㅋ)

다른 기념일은 다 챙겨도 '부부의 날'은 그냥 술 한 잔같이 하며 넘어갔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며칠 전부터 이날을 자꾸 얘기하더군요.
이 남자가 왜 이러나, 뭐 갖고 싶은 게 생겼나 의심(??)의 레이더망을 돌리다가 잠깐 같이 산 날들을 되돌아 봤습니다.

남편에게서 들었던 가장 감동 받았던 말이 떠오릅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치킨을 터프하게 뜯던 어느 저녁, 무슨 이야기 끝에 남편이 아이들에게 얘기합니다.
"너희는 엄마를 귀히 여겨야 해, 알았지? 아빠는 엄마가 첫 번째고, 너희는 그다음이야. 엄마 마음 아프게 하면 혼날 줄 알아."

순간, 대 놓고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먹던 닭 날개가 목에 콕 걸릴 만큼 마음이 찌릿해졌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었습니다.
평소 행동으로도 나를 위해 주는 게 훤히 보였던 사람이라 더욱 진심이 느껴졌어요.

물론, 어른들 말씀마따나 자식들이라면 벌벌 떠는 사람이라, 나와 자식들 간에 우선순위는 위기가 닥쳐 봐야 진심을 알게 되겠지만 말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대부분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남편의 이런 말 한마디에 거칠었던 아내는 개과천선해서 고분고분하게 잘 살지만, 저는 여전히 남편에게 무뚝뚝하고 투정부리고 가끔 심술도 부리는 변함없는 아내입니다.

혹시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남편이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딸이 묻더군요.
"엄마는 나이 들면 어떻게 살고 싶어?"
"엄마는 너희 다 커서 결혼하거나 독립하면 아빠랑 단둘이서만 시골에 가서 텃밭에 배추 심고 살 거야~"



여담이지만, 저의 말에 대한 딸의 말입니다.
"엄마~ 그럼 그 배추로 김치 담가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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