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로 직접 만든 추억의 밀가루 떡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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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족하게 산다는 건 어쩌면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환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잘 사는 집 아니고는 거의 거기서 거기, 비슷하게 어려웠던 7,80년대.
지금도 그 때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엄마는 정부미쌀로 밥해 먹던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얘기하세요.

앞 뒤 상황은 생각나지 않는데, 언니가 밀가루로 길게 떡을 만들어 떡볶기를 해 주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쌀로 떡볶기 떡을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 밀가루로 만든 긴 떡만 팔았어요.
엄마가 안 계셨을까요, 아니면 간식 만든다고 돈을 달라고 하기도 힘든 집안 상황이었을까요.

집에 있던 밀가루로 조물 조물 언니가 만든 밀가루 떡볶기의 맛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아이들에게 저의 어린 시절, 조금 서글픈 맛과 추억을 알려 주고 싶어 언니 따라 만들어 봤어요.

재료;  밀가루, 어묵, 배추, 파, 데쳐 놓은 어묵, 소금, 참기름, 파슬리 약간
         양념장 - (밥숟갈 기준) 고추장 1개 반, 고춧가루 반, 설탕 반, 마늘 반, 소금 약간

오래된 기억이고 제가 어릴때라 언니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은 모르겠어요.
어차피 잘 모르는거, 제 마음대로 약간 바꿔서 만들었어요.

밀가루에 소금과 참기름, 파슬리 가루 조금씩 넣어 수제비 반죽처럼 만들어요.
가래떡 비슷하게 모양을 만들어 놓아요.


라면이 없어서 짜장 라면과 건더기 스프를 사용했어요.   양배추도 없어서 배추와 양파, 파를 준비했어요.
(재료 하나가 없으면 꼭 두 세가지는 덩달아 없다는....   이것도 머피의 법칙인가? )


양념을 물에 풀어 끓기 시작하면 밀가루떡을 넣고 위로 떠 오를때 까지 중불에서 익혀요.
떡을 넣고 저어 주지 않으면 냄비에 눌러 붙은 수도 있으니, 잘 저어줍니다.
 
면을 뺀 나머지 재료들을 넣고 가끔 저어 주며 계속 끓여요.
밀가루 떡이 익었나 한 입 먹어보고 확인을 해요.
덜 익었으면 충분히 더 익혀 줍니다.   파는 떡은 익혀 나온 거라 금방 익지만, 이 떡은 날 떡(?) 이라 충분한 시간 동안 익어야 해요.


5분쯤 후에 면을 마저 넣고 저어 가며 익혀서 마무리 해요.
저는 간혹 이 과정에서 국물이 모자라는 경우가 있어요.  멸치 육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냥 물로 보충해요. ^^


요상한 모양의 떡에 아이들이 신기해 하며 다가옵니다.


저의 추억 한 자리를 아이들에게 펼쳐 놓습니다.
"엄마 어렸을때....."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라면만 건져 먹던 딸이 떡만 건져 먹네요.


쌀떡보다는 덜 쫄깃 거리는 밀가루 맛이 아이는 새롭게 느껴지나 봐요.


그 때는 파슬리 가루와 참기름을 넣었을리 없고, 라면을 넣었을 거 같지도 않아요.
빨간 고추장 국물에 밀가루 떡만 가득 있었겠지요.
그래도 지금 보다 백배는 더 맛있게 먹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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