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종교는 미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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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다가, 어느날 문득 눈에 띄여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이 종종있습니다.
그럴때는 시야가 좁은 거냐, 무심한거냐 혼자 한심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엄마가 떠놓으신 정한수가 눈에 띄인 것은 불과 1년남짓 한가 봅니다. (사전을 찾아 보니, 정한수는 '정화수'의 잘못된 낱말이랍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엄마에게 들어 오던 대로 정한수라고 쓰려고 합니다.)

친정이 코 앞이라 일요일에 자주 가는데, 그 날도 휴일 오전에 점심을  먹을겸 친정에 가서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그 주발이 작은 접시를 뚜껑삼아 덮고 씽크대위 수저통을 놓는 곳에 있었는데, 그 날은 마치 짠 하고 나타나듯이 제 눈에 띄인것입니다.

결혼하고 십 몇 년이 지날 동안 친정에 드나들때마다 있었을텐데, 내 눈은 필요한것만 보는 신통력이 있는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던 거지요.
접시를 들어 보니 맑은 물이 주발에 3분의 2쯤 차있습니다.


 마침 엄마가 나오시길래 뭐냐고 물으니
"새벽에 물 받아 놓은 거다" 하십니다.
그 말만 듣고도 저는 모든 상황이 한 번에 파악됐지요.

엄마는 절이나 교회를 다니시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점집이나 철학관도 다니시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절에는 약간 호감(?)을 가지시고 있는것 같지만, 마음만 그러신듯 합니다.
그래도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시고 피해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셨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엄마나 할머니때부터 내려 오는 토속 신앙은 어느 정도 따르시는 편이십니다.
가끔 고사떡을 해서 집 안 곳곳에 놓는다거나, 새 차를 사면 막걸리를 사서 차 바퀴에 뿌리시거나, 악몽을 꾸시면 (무시무시한 얘기지만)가위를 베개밑에 놓고 주무시기도 하지요.

한 번은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 엄마가  어느날 웃으시면서 얘기를 하십니다.

"얘, 며칠전 꿈 자리가 하두 뒤숭숭해서 밤 중에 가위를 베개밑에 놓고 잤는데, 잠결에 베개가 밀렸는지 어쨌는지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오니  느이 아버지가 가위를 들고 웬거냐고 하더라."
베게밑에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가위를 보고 놀라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며 엄마랑 한 바탕 웃었던 일이 있습니다.

많은 딸 중에 아들은 제 밑으로 남동생 하나뿐이니, 아들에 대한 엄마의 마음은 백만배 이해가 되고도 남을 일이지요.
그 귀한 아들이 자라 어른이 되서 술도 가끔 먹고, 위험한 자동차 운전도 하고 험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엄마의 마음은 항상 불안합니다.

옛날 같으면 우물물 길어 장독대에 정한수 떠 놓고 두 손 비벼가면서 아들 잘되길 비셨겠지요.

엄마의 정한수를 보면 나는 과연 나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 만큼의 정성을 다하고 있는걸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1년전 돌아 가신 아버지가 허름한 모습으로 몇 번 꿈에 보이신다고 아버지 옷을 사서 태웠으면 하시네요.
엄마 말씀으로는 그렇게 하면 저승에서 그 옷을 입으신대요.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뛸 얘기지만, 저는 따뜻한 날  동생이랑 같이 날을 잡자고 했습니다.

미신이면 어떻고,  남 보기에 이상한 행동이면 어떻겠습니까?
다른 이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해서 엄마의 마음만 편해 진다면 백 번이고 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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