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집에서 백년손님 찍었습니다
원래도 친정집 주방에서 자주 일 하는 우리 남편.
(에공~ 큰 아주버님 보시면 안되는뎅. ㅎㅎ)
워낙 늦은 나이에 나를 낳으셨는지라 장모님과 막내 사위 나이 차이가 마~~이 납니다. ^^
그래서 저절로 처가 주방이 익숙한 우리 남편.
지난 일요일 엄마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나올 때 까지 제대로 백년손님 찍었습니다. ㅎ
우리 집에서 출발할 때 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엄마네서 해물 파전이나 부쳐 먹자고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조개젓이랑 오징어, 막걸리 한 병을 사갔어요.
남편, 오늘은 자기가 다 해 준다며 말만하랍니다.
마침 그날 부터 남편 말 잘 듣기로 결심했던 마누라(ㅎㅎ)인지라 정말 앉아서 말로 다했습니다. ㅋㅋㅋ
지난번에 봐둔 엄마네 냉장실 속 부추와 쪽파를 꺼내서 엄마와 다듬는 사이 남편은 해물을 씻고 부침가루를 물에 개어 놓았습니다.
다 해 놓고 얼른 와 앉아 엄마와 내가 다듬던 채소를 잽싸게 마저 다듬어 가지고 가 싱크대에서 씻고 자르고 반죽에 잘 섞더군요.
팬 어디있냐고 묻길래 위치를 알려 주니 알아서 척척 부칩니다.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남자 저보다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옷에 기름튀면 얼룩 남을까봐 얼른 앞치마를 입혔어요.
농도도 적절히 잘 맞춰 반죽했고요,
장모님이 두꺼운 부침개 싫어 하시는 건 어떻게 알고 얇게 깔아 바삭하게 잘 부칩니다.
한 장 얼른 부쳐 엄마와 나와 남편이 한 잔씩 짠하고, 남편은 한 입 먹고 일어나 가스렌지위에서 부쳐지고 있는 부침개 확인하고 또 와 앉아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 하고.
왜 여자들 주방일 할 때 그 모습 있잖아요.
일어 섰다 앉았다 하는 남편 무릎에서 삐그덕 소리도 몇 번 들려 웃음도 나고 짠하고 그랬습니다. ^^
장모님과 한 잔 짠~
장모님이나 처형들 앞에서 부리는 애교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고마운 내 연하 남편.
장모님과 사위로 맺은 시간이 어언 이십여년이 흘렀네요.
그 시간의 배가 되는 어느 날, 우리 모두 어떤 모습일까요?
% 다 먹은 후 설거지와 커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 백년 손님 윤서방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