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도 사랑도 좔좔~ 밥통 생크림 생일 케이크
'밥통 케이크'
이런 문장을 보면 배시시 웃음이 나와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밥통과 케이크란 낱말이 한꺼번에 쓰인다는 생각에요.
저도 한 번 도전을 해봤어요.
얼마 전 딸아이 생일에 밥통을 이용해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빈티 좔좔 이지만 더불어 엄마의 사랑도 좔좔 흐르는 밥통 케이크입니당. ^^
준비물; 박력분 100ml, 달걀 2개, 우유와 버터 반 큰술, 설탕 100ml, 바닐라 에센스 약간, 소금 약간
생크림 - 휘핑크림, 설탕
장식 - 바나나, 귤, 초콜릿, 스프링클
* 집에서 케이크를 만든다고 다 비용이 적게 드는 건 아닌 듯 해요.
평상시에 쿠키나 빵을 만들었었다면 대부분의 재료가 있으니 당장엔 비용이 많이 안 들겠지만, 처음 부터 준비하려면 복잡해지지요. ㅎ;
어쩌면 그냥 제과점에서 사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멋지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우야둥둥~
케이크 속에 빵, 카스텔라부터 만들기 시작합니다요.
밀가루 100ml 와 소금 약간을 체에 내려 놓고,
달걀 두 개의 흰자는 반죽 그릇에, 노른자는 다른 그릇에 분리해요.
흰자를 한 방향으로 저어 큰 거품이 일면 설탕을 여러번 나누어 넣고, 그릇을 뒤집어도 흘러 내리지 않을 때 까지 거품을 저어요.
수동 거품기로 하면 팔이 마이 아파요. ㅜㅜ
노른자를 조금씩 넣으며 섞다가 바닐라 에센스를 조금 넣어요.
이 사진은 흰자의 거품이 약간 덜 났어요.
이 상태로 구웠더니 빵이 원래 크기의 반 밖에 안 부풀어서, 동량으로 빵을 하나 더 구워 겹쳐 사용했어요.
흰자의 거품을 성실히, 아주 성실히 내주어야 하더군요.
흰자 거품에 밀가루를 살살 섞고,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려 녹인 버터 반 큰술에 우유 반 큰술을 섞어 반죽에 살살 섞어요.
바닥과 옆 면에 버터를 바른 밥 솥에 반죽을 붓고,
만능찜으로 40분간 압력 취사해요.
아까 이야기했듯이 처음 빵이 덜 부풀어, 두 개를 구워 열기가 하나도 없게 차갑게 식혔어요.
대부분 생일 잔치는 저녁에 하니까 아침 일찍 빵을 만들어 식힘망에 얹어 두고, 오후에 꾸미면 좋아요.
휘핑크림에 설탕을 섞어 가며 생크림을 만들어요.
생크림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에 잘 나와있어요.
(자동 거품기(?)가 없으면 집에서 만든다면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릴 확률이 1000%.
제과점에서 생크림을 사면 되는데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더라고요.)
어차피 생크림으로 덮어 씌우면 그게 그걸테지만, 못생긴 빵을 밑에 깔고 생크림과 바나나로 샌드해요.
빵 하나만 사용한다면 반을 잘라 충전물을 채워요.
짤주머니와 첫 만남이 아주 않좋았기에 짤주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이번에 극복하기로 맘 굳게 먹고 차분히 시작했어요.
제과점 케이크용 플라스틱 칼로 겉 면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 매끄럽게 생크림을 바르고(완전 열심열심 --::)
짤주머니를 이용해 모양을 내기 시작했어요.
빵이 식을 동안 초콜릿 녹여 하트도 만들었는데, 멋드러지게 '생일 축하해, 딸'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면적이 작아 '귀빠진날'로 쓸까 하고 보니 그마저도 안 되서 요즘 줄임 말이 유행이니 '귀가 턱~하고 빠진 날'의 약자인 '귀 턱'이라고 낙찰.
지웠다 다시 쓰느라 엉망진창. ㅜ
울 막내는 '귀턱'이라는 낱말에 꽂혀 옆에서 같이 케이크 만들다 뒤로 넘어 가고.
부실한 솜씨 좀 가려 질까 싶어 스프링클을 옆 면에 마구 집어 던졌어요. ㅎ
그나마 불 끄고 촛불 켜니 쬐끔 괜찮아 보인다고 혼자 생각했어요. ㅋ
울 딸은 올해로 19살, 초가 왜 16살이냐구요?
막내도 누나 준다고 옆에서 따로 만든 케이크게 나머지 3살이 켜 있어요. ^^
아빠 올 때까지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하는데, 덮을 뚜껑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냄비로다가 터~억!!
우리 딸 좋아하는 걸로만 꾸민 생일 잔치상.
딸이 나물, 생선 따위 안 먹어서 편해요.ㅎ
하얀 쌀 밥에 새우 튀김에 샐러드에 육회에 소고기 등심, 생크림 듬뿍 케이크.
딸, 나이만 먹고 살은 먹지 말아라, 응? ^^